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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야마구치에 0-2 완패 안세영, "100% 몸 상태 쉽지 않아…많은 생각하게 된 한 해"

2025-09-29 17:15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열린 2025 수원 빅터 코리아오픈(슈퍼500)에서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28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안세영은 '천적'으로 불리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4위)에게 게임스코어 0-2(18-21, 13-21)로 완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올 시즌 11개 대회 중 7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적수 없는 '여제'의 면모를 과시해왔지만, 이날만큼은 야마구치가 한 수 위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최근 10경기에서 야마구치에게 8승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단 한 번도 0-2로 패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상대 전적 균형을 깨고 우위를 점하려던 안세영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완패로 좌절되었으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3천여 명의 관중 앞에서 우승을 선사하려던 그의 바람 또한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되었다.

 

경기 내내 안세영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야마구치의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공격에 고전했다. 몸놀림이 다소 무거워 보이기도 했으나, 경기를 소화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본인 또한 이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오늘은 야마구치가 워낙 빨랐고 제가 그 공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며, "야마구치는 완벽한 경기를 했고 저는 거기에 끌려다니는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올 시즌 내내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상으로 기권하기도 했고, 세계선수권 4강에서는 천위페이(중국)에게 막히는 등 시련도 겪었지만, 이내 털고 일어나 다시 정상에 섰던 안세영이었다. 이번 준우승 또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그는 예상치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팬들의 걱정을 샀다.

 


안세영은 "한 해가 다르게 매번 좀 다른 것 같다.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도 매번 새롭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뛰고 있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더 해야 될지 가늠이 안 잡혀서 매번 힘들다"고 고백했다. 앞서 1라운드 통과 후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이런 생각들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던 그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 그리고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들에 맞서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안세영을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또한, 한 번씩 찾아오는 부상도 그의 컨디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32강전 이후 몸 상태에 대한 질문에 "부상에서 완전히 나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관리를 최대한 잘하면서 코트에서도 부상 관련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려고 한다"고 밝혀, 100%의 몸으로 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안세영은 여전히 세계 1위의 자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상대들이 매번 더 나아진 선수로 나오기 때문에 저 역시도 계속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끊임없는 발전을 다짐했다.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 야마구치에 대해서도 "이번 경기를 토대로 또 한 번 야마구치 선수를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 결승에 올라온 선수들은 다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그 돌파구를 잘 찾아서 다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는 남은 대회들을 바라보며 다시 나아갈 준비를 할 계획이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제가 좀 아프지 않고 자신 있게 하고 싶은 플레이를 계속 하는 게 저의 목표"라는 바람을 나타내며, 세계 챔피언으로서의 고뇌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향한 의지를 굳건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