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왕란은 이젠 XXL로' 달걀 중량 영문 표기 도입에 업계 '부글부글'

2025-09-29 15:38
 달걀 중량 규격이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 등 한글 명칭에서 국제 표준에 맞춘 'XXL·XL·L·M·S' 등 영문 표기로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또한, 등급판정 달걀 껍데기에는 기존 '판정' 글자 대신 구체적인 품질 등급(1+·1·2)이 명시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년 만에 달걀 등급판정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며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고 유통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생산자 단체와 관련 업계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농식품부는 이르면 10월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가칭)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존 '왕란' 등의 용어만으로는 달걀 크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하고, 미흡했던 달걀 등급판정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국제적인 표기 방식과의 통일성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축산법 시행규칙'에 따라 달걀은 품질등급과 중량규격으로 분류되나, 소·돼지와 달리 달걀은 품질 차별화를 원하는 업체에 한해 자율적으로 등급판정이 이뤄진다. 2001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달걀 등급판정은 2003년 정규사업으로 전환되었고 2004년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2023년 기준 등급판정 달걀 비율은 전체의 6.9%에 불과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1970년대부터 전통시장에서 사용되며 반세기 넘게 자리 잡은 명칭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중량규격 변경 시 생산·포장·판매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므로 포장재 교체, 소비자 홍보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여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걀 유통상인을 대변하는 한국계란산업협회 또한 영문 표기가 고령층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공청회조차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달걀산업을 경시하는 처사"라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시범사업을 통한 실효성 검증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향후 생산자단체와 공청회를 여는 등 소통의 기회를 넓히겠다"고 밝혀 추가적인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소비자 편의 증진과 국제 표준화라는 정부의 목표와, 현장 혼란 및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업계의 반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달걀 등급판정 기준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